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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애기똥풀

기사승인 2017.06.02  15: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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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선 녀 수필가/상정보건진료소장

산에 와 생각합니다. 금평저수지가 산문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요.

  이 근방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모악산에 들었어요. 어찌나 바쁘게 지냈던지, 뽕밭머리에 새로운 정자가 지어진 것도 몰랐네요. 가슴이 갑갑하면 훌쩍 대닫곤 했던 곳인데요. 좀 더 젊을 적엔 정상도 마다않고 거침없이 올라 다녔는데, 지금은 힘들어서, 고작 중턱 부근만 왔다 갔다 하는 정도지만요. 이곳에 오면 마음이 놓여요.

  나무하고 저는 서로 좋아하는 것을 주고받습니다. 가슴이 시원해지고 기운이 맑아지네요. 인간은 자연으로 더불어 사는 일만이 순리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가식 없는 세상을 꿈꾸며, 솔직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오월의 연두색 들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희망마냥, 어깨춤을 추듯 일렁입니다.

  연리지를 지나면서 한 두 방울 비가 떨더니, 도통사 근처부터는 제법 쏟아져 우비를 꺼내 입었습니다. 반가운 비입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고추랑 토마토 모종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기분 좋습니다. 나뭇잎에 비 듣는 소리와 발걸음을 맞춥니다. 송홧가루가 앉은 잎마다 누런 콩물이 흘러내리네요. 다람쥐도 만나고 소나무에게도 아는 척을 합니다.

  산으로 들로 쏘다니던 시절, 그때가 좋았지요. 우리에게 무수한 먹거리와 놀거리를 주었으니까요. 앞산 등성이에 삐비꽃이 허옇게 피면, 미처 뽑아먹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 발을 굴렀지요. 논두렁의 물꼬에 모여드는 미꾸라지를 쫒아 다니고, 개울의 각시붕어를 몰고 다니느라 해지는 것도 잊었고요. 그런 추억 때문에 이 삭막해진 어른의 가슴 한편에, 천진한 어린아이가 남아있는 것 아닐까요. 가끔 말을 걸어보곤 하지요. 혼자인 시간에...

  나무의 새순을 만져봅니다. 아가의 볼처럼 부드럽습니다. 친구는 손자가 마약이라고 하더군요. 그 녀석만 보면 온갖 시름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요. 저도 곧 그 기쁨을 곧 알 수 있겠지요. 아들 녀석들이 너무 늦지 않게 장가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껏 맛보지 못한 아편같이 황홀한 기분은 어떤 것일까요. 아기를 보면 그저 마음이 환해집디다. 남의 아이도 이러한데, 핏줄은 오죽 할까요.
  산길에서 노오란 꽃이 가장 많이 눈에 띄네요. 줄기나 잎에서 나오는 즙이 애기똥색을 닮았다고 이름이 붙은 애기똥풀 꽃입니다. 살짝 가지를 꺾어보니 손에 샛노란 즙이 묻네요.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애기똥풀'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아기 제비를 위해 약초를 찾아 나서는 엄마 제비의 전설이 어려 있습니다. 애기똥풀 즙을 눈에 발라주면 낫는다는 말을 듣고 어렵게 찾아내지만, 꽃을 지키는 뱀과 싸우다 엄마 제비가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엄마의 지극한 사랑, 혹은 몰래주는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었다고 하네요.

  어머니의 마음! 그것은 삶의 원동력입니다. 인간은 타인의 아픔과 고독을 알아줄 수 없는 존재인데, 세상을 향한 창과 방패인 어머니의 사랑 없이, 어찌 맨몸으로 살아낼 수 있겠어요. 고귀한 어머니의 사랑만큼은 시대를 따라 변하는 것은 절대 아니겠지요.

  아이는 받은 만큼의 사랑을 가지게 되는데요.

사진: 나 인 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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