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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

기사승인 2017.11.21  10: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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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불꽃

사진 : 나인권

  하루해가 지고요, 어스름한 즈음에, 어디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났어요.

  나가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서계시다가 '이쪽으로 오셔요, 여기서 잘 보여요' 하시네요. 매일 저녁마다 이곳에 와서 폭죽을 구경한대요. 오늘이 나흘째라고요. 축제기간동안 시내에서도 저녁마다 불꽃놀이를 하나 봐요. 번쩍이는 모습보다 펑펑하는 소리가 더 좋다고 그러시네요. 가슴이 후련하게 뚫리는 기분이라고요.

  고개를 들고, 마냥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어머, 어쩌면 저리도 예쁠 수가 있지요.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해요. 가슴으로 달려드는 듯도 하고요. 불꽃 하나만으로도 눈부신데, 수백 개의 불꽃이 피어오르네요. 아름다운 동화 속에 들어온 듯 달콤해서,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잊게 하는군요.

  축제의 마지막 날 폐막식에도 갔어요. 불꽃놀이를 보려고요. 고단한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거든요. 그래, 괜찮아, 그만하면 됐어, 열심히 살고 있는 거야. 남들이 맘을 몰라주면 어때. 하나님은 아시잖아. 벽골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더군요. 모두들 응원이 필요한가 봐요. 저처럼요.

  그런데요, 더 좋은 것을 경험한다는 것이, 모두다 복이 되는 것은 아닌듯해요. 어릴 때 성냥개비, 폭죽막대... 이런 경험들이 시시해져 버리잖아요. 지금껏 가장 화려했던 불꽃놀이는, 국제행사였던 것 같아요. 물론 아직 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정월 대보름에 불씨를 담은 깡통을 돌려서 던졌던 것이에요. 남자 형제들 틈에서 제대로 끼지도 못했지만, 환희로 취했던 뒷동산이, 지금도 제 가슴에 있어요. 불꽃이 들어있던 동네 오빠의 눈동자도요.

  그런데 인간에게는, 빛나는 순간만을 행복의 절정처럼 여기는 무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나무가 꽃을 피우면, 우리는 그 때만 감탄하잖아요. 하지만 꽃은 그냥 피지 않아요. 봄꽃은 반드시 겨울을 통과해야 하지요. 엄동을 견뎌낸 꽃눈만이 개화할 수 있어요. 그 세월을 이기고 꽃을 피우면, 나무는 흡족할까요?

  천만에요. 열매로 바뀌지 못한 꽃은 허사지요. 벌과 나비를 불러 모아, 열매로 맺게 하는 일이 얼마나 분주한데요. 그러면 드디어 행복이 온 것일까요. 천만에요. 씨앗으로 성숙하지 못하는 열매는 역시 헛일이지요. 열매를 지켜내고 그 씨앗을 퍼뜨리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강풍과 낙과의 위험을 견뎌야 하는데요. 그러면 씨앗으로 바뀐 열매는요? 그것 역시 발아하지 못하면 허사에요. 드디어 발아한 씨앗이라면?

  우리도 태어났지만요, 어떻던가요? 삶이 온통 찬란한 빛으로 채워지던가요? 아니라는 거 다 아시잖아요. 그러면 행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분투한 시간들이 불행이었을까요? 아니에요. 역시 생존의 눈물겨운 감탄인거에요. 행복은 저기에 있지 않아요. 지금 살아있어 숨 쉬는 것을 알아채는 것이에요.

  서양적 사유의 관점은, 우리를 얼마나 과로하게 만들고,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할까요. 이분화 되어 행복의 시공간에서 불행의 시공간으로 건너는 사고를 하게 되었어요, 고통과 기쁨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요. 빛과 그림자처럼 하나인 것이지요. 봄과 겨울이 박리될 수 없듯이, 삶은 그 모든 순간을 끌어안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사진 : 이미래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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