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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몽골여행기

기사승인 2018.11.24  18: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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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양귀비

 1. 꽃이 하고픈 말

  어쩌면 당신도 한번쯤은, 이런 여행을 꿈꾸지 않나요?

  별이 가까이 내려와 있는 곳 말이에요. 핸드폰, 일, TV도 없이, 매이지 않는 날들이 참 좋았어요. 저녁 아홉시까지도 환해서, 생이 덤으로 주어진 것 같았지요. 어디서나 몽실한 구름이 눈앞에 떠다녀서, 엄마 품에 안긴 것 같았고요. 마음껏 피어있는 들꽃들을 실컷 만났어요. 바람이 많은 고원 환경 때문에, 땅에 바짝 붙어있더라고요. 어여쁨을 가까이 보려고, 차를 자주 세웠답니다. 특별히 구별하여 가꾸지 않으니, 잡초가 따로 없어요.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 벌판이, 자유를 만끽하는 거 같았어요.

  노란 물싸리 꽃이 살랑 웃어주고요. 박하 꽃은 초록 융단에 보랏빛 줄무늬를 만들었네요. 흰 냉이 꽃은 은하수 물결 같고요. 두메양귀비 군락지를 만났을 땐,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어요. 천상의 꽃밭 같아서 신선이 된듯했지요. 꽃도 외로운 가 봐요. 사람들처럼, 끼리끼리 모여 살아요.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 해를 맞이했어요. 하늘은 엄숙한 표정으로 몸을 낮추데요, 범의귀꽃들도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요. 물안개를 피운 호수도 감동에 겨워, 출렁거렸어요. 마음속의 그 사람도 물살을 일으키네요. 하지만 넘실대진 않았어요. 걷잡을 수 없었던 소용돌이가 어느새 가라앉았나 봐요. 감정도 흘러가는 게지요.

  구름을 따라 산등성이를 넘으니, 새로운 골짜기가 펼쳐지네요. 넓은 초원에 난 길이 외로워 보여요. 인간이 만들어낸 직선이라서 그럴까요. 민둥산이 많고, 그나마 습도가 유지되는 북쪽에만 시베리아 낙엽송이 자랍니다. 머리를 일부분만 남기고 깎은 변발처럼 요. 그래서 수줍은 여근곡도 자주 눈에 띄었답니다.

  끝없는 들판을 하루 종일 달려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양떼와 소, 말들을 만났고요. 가뭄에 콩 나듯, 밀이나 유채 밭도 지나갔어요. 키도 작고 수확량이 형편없지만, 워낙 땅이 넓으니, 씨만 뿌려놓고 그 다음은 하늘에 맡긴다지요. 농약이나 비료도 주지 않고요. 대신 윤작을 한답니다.

  바얀고비에서는 셀 수 없는 별자리와 은하수를 만났어요. 오랜만이었지요. 아니,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올려다 볼 새가 없었던 거죠. 캄캄한 세상을 허덕이며 발등만 쳐다보고 여기까지 왔는걸요. 뭇별들이 다가와 눈물어린 눈에 반짝, 아는 척을 해요. 삶의 더께가 좀 헹구어졌을까요.

  그런데 마지막 날 밤에, 수도 울란바타르의 전망대에서 야경을 봤어요. 130만이 살고 있는 도시의 불빛 때문에, 하늘의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별을 모두 땅으로 데려다 놓았나 봐요.

  몽골에서 만난 가이드, 바이샤에게 들은 말인데요. 한국어를 가르쳐준 일본인 교수가 있었대요. 그 이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않은, 저절로 생겨난 상태의 자연만이 참 쉼을 준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들은 사람을 더욱 피곤하게 할 뿐이다. 편리를 얻기 위해 무작정 자연을 파괴하는데, 이것보다 더 큰 잘못은 없다.' 라고 항상 말했대요. 그리고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서, 사막에 누워서 잠을 잤대요.

  지구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서,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몽골에, 부디 자연이 오래 남기를.

  그래서 당신도 가봤으면….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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