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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몽골여행기

기사승인 2018.12.10  0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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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활짝 피어라
 
  당신을 보러 갔었어요.

  그런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답니다. 언제나 씩씩해 보이는 당신은, 생전 안 아플 것처럼 보이지만요,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맞아, 하고 맞장구를 잘 치는 당신은, 누구라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삐지거나 골난 사람도 곧잘 풀어주지요. 생각나요. 대화중에 어떤 사람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사람은 명품이라고, 다소 흥분해서 얘기했었잖아요. 좋은 면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이 감동스러웠어요.

  예전엔, 사람을 만나면 쉽게 반하기 일쑤였지요. 어쩜, 이렇게도 근사한 점을 가졌을까. 가까이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다가가보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나, 오해받기도 했고요. 누구나 같은 마음이 아닌 거죠. 그러다보니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삼킬 때가 많았어요,

  병원에 가보니 당신은 퇴원하고 없네요. 헛걸음했지만, 다행이지 뭐예요. 몸을 아끼셔요. 밀려둔 일을 한꺼번에 무리하지 말고요. 가지고 갔던 책은 당신가게에 맡겨두었어요. 몸을 추스르면서 읽어보세요. 책속의 그 남자도 명품 같아요. 요즘 썩 괜찮은 남자, 만나기 어렵잖아요.

  그리고 책에 꽂아 둔 책갈피는요. 몽골에서 데려온 에델바이스에요. 코팅해서 만들었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그 녀석이 살던 초원이 눈앞에 펼쳐져요. 드넓은 벌판에 여러 꽃들과 함께 피어있었지요. 진분홍 패랭이, 보랏빛 엉겅퀴…, 온갖 풀꽃들이 제멋을 뽐내고 있었지만, 왜 그랬을까요? 제 눈에는 에델바이스만 보였어요.

  보송보송한 솜털에 싸여,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그 녀석에게만 눈이 갔습니다. 창 모양의 잎에 둘러싸여 약간 노란빛이 감도는 꽃이, 별을 닮았어요. 우리나라에는 자라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식물로 솜다리가 있지요. 설악산과 한라산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고 있는데, 수명이 길지 않아서 보호식물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그런데 그곳 몽골에는 지천으로 피어있더군요. 말이나 염소에게 밟혀 제대로 허리를 못 펴고 있는 애처로운 꽃들도 있었지만, 이 녀석을 만난 곳은 고즈넉이 높은 산기슭이었어요. 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만난 그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진에 담고 눈에 담고, 그래도 아쉬워서 몇 송이 꺾어 주머니에 넣었네요. 이 녀석이 살던 곳의, 둥실한 구름, 살랑이던 바람도 함께 말이에요.

  당신께 드리려고요. 그런데 코팅이 잘되지 않아 애먹었어요. 마음이 앞섰던지 처음엔 충분히 마르지 않아 물방울이 맺히더라고요. 좀 더 시간을 두고 말려서, 다시 만들었어요. 그중에 제일 예쁘게 된 것을 당신께 드려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서 트랩대령이 불렀던 에델바이스 노래, 기억나요? 아이들이 꺾어 와 선물로 주던 장면도요. 자유분방한 여주인공을 빗대어 불렀던 노래가, 젤 마음에 남았어요. '구름을 어떻게 잡아둘까요, 파도를 어떻게 해변에 잡아둘까요, 달빛을 어떻게 손으로 잡아둘 수 있나요.'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부러웠어요. 다른 사람의 눈이나, 통념의 벽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데요.

  모든 산을 오르고, 모든 개울을 건너보라고요. 그러려면 아프지 말아요.

에델바이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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