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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몽골여행기

기사승인 2018.12.30  22: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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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그를 매우 사랑했네

 

사진- 차찰

어린 순록과 함께 초원을 걸었어요. 잔등을 살짝 쓰다듬어 보았지요. 털이 뻣뻣하네요. 아직 엄지손가락만 한 뿔을 가진 새끼 순록인데요, 도망가지도 않고 순해서, 말을 걸어보았어요.
  '너, 루돌프 알아? 그럼 스벤은?'
 
  바다가 없는 몽골인들에게 '어머니의 바다'라고 불리는 흡수골은, 제주도 면적의 1.5배에 달해요. 바이칼 호수의 상류지로 알려져 있고요. 쪽빛호수라는 뜻이랍니다. 얼마나 짙푸르든지 요. 그러면서도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답니다.

  보트를 타고 흡수골을 건너가서 만난 차탕족은, 몽골 내 소수민족인데요, 자꾸 줄어들고 있다고 하네요. 오르츠라고 하는 삼각뿔 형태의 천막을 치고, 순록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요. 들어가 보니 어린 사내아이를 안은 엄마가 있네요.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줬지요. 천진스런 웃음도 담아주고 싶었는데, 어벙한 사진사라서 잘 안되었어요. 옆에 사다리를 눕혀놓은 것 같은 나무 모형이 있었는데, 아기 걸음마 연습을 시키려고 만들어 놓은 거래요.

  순록 뿔로 만든 수공예품도 팔고 있네요. 순록은 다른 사슴과는 달리 암수 모두 뿔을 가지고 있지요.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것부터 작은 파편으로 조각한 것까지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그중에 수저 모양이 제일 눈에 띄었지요. 둥근 부분에는 아홉 개의 홈을 파고, 손잡이에는 초원과 순록의 모습을 새겼네요. 가진 돈을 털어서 샀어요. 새집을 지어 이사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요.
 
  이 수저는 차찰이라고 하는데요. 고수레용 주걱이에요. 차강노르 호숫가에 있는 게르에서 자고 나올 때, 본적이 있어요. 그곳 사람들이 줄서서 우리를 배웅해 줬는데, 할락족 복장을 한 아가씨가 이 수저로 항아리에서 우유를 떠서 뿌려줬거든요. 가는 길에 안녕을 빌어주는 것이라고 했어요.

  새끼 순록은 묶어놓지 않아, 맘대로 들판을 돌아다니네요. '네 이름은 뭐니? 스벤 이야기를 더 해줄까. 겨울왕국 영화에 나온 장난꾸러기 순록이란다. 당근과 눈을 무척이나 좋아해. 그래서 눈사람 올라프의 코를 언제나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어. 당근으로 만들어졌거든. 스벤은 안나가 언니를 찾아갈 때, 북쪽 산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주며 태워다 준단다. 결국은 진실한 사랑만이, 얼어버린 심장을 녹일 수 있다는 이야기야'

  인디언 호피족에게 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를 들려달라고 했더니, 물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해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물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당신들은 온통 사랑타령이던데,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 아니요?' 하고 되묻더래요.

  가슴이 찔리네요. 모든 생명은 생을 노래하려고 존재하는데요. 노래하려면 사랑이 필요하지요. 마치 전기를 연결하지 않으면, 음반의 노래를 들을 수 없듯이,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연을 겸허히 섬기는 채비가 없으면, 동식물이 들려주는 노래 또한, 인간에게 와 닿을 수 없어요.

  어린 순록에게 허밍으로 '루돌프 사슴코' 노래를 불러줍니다. 어렸을 적 불렀던 노래는, 가슴에 남아서 평생 따라다니네요. 가사를 까먹은 부분도 있지만, 가끔 꺼내서 흥얼거리곤 하지요. 그런 노래는 몇 곡이나 될까요.

  하마, 평생에 한 번 스치는 인연이겠지요. 목숨을 가진 것들의 가장 애잔한 부분, 풀을 뜯는 순록의 목덜미를 쓰다듬습니다. 서로, 사는 일이 적막하다고 눈을 마주칩니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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