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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

기사승인 2019.09.05  16: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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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무궁화

 

사진: 서대문형무소에서 나인권

'서희와 길상이 보다, 월선네와 용이의 사랑이 더 가슴에 남았어'
  '맞아, 나도 그래'

  책 '토지'에 대한 이야기기 나오자, 앞 다투어 말한다. 오래전에 읽었던 내용이라서, 기억이 아련했다. 올 여름에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립도서관에 갔더니, 청소년용으로 재구성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방대한 규모와 다의적인 서사 구조로, 쉽사리 완독을 허락지 않았던 원본이, 간결하게 정리되어있다. 열두 권을 내리 읽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시점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반세기동안의 우리네 삶이다. 그래서 일본의 억압과 핍박에 대한 울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더구나, 최근 우리를 얕잡아보는 듯 한 야비한 태도에 성이 나있어, 읽으면서 분통이 터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또다시 경제침략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막고, 경제속국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직시하고, 함부로 넘보지 못하도록 맷집을 키워야 한다.

  어제 밤에는 '항거, 유관순이야기' 영화를 관람했다. 이것은 1919년 3.1 만세운동 후 서대문 감옥에서,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이야기다. 제작한 조민호 감독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사진을 처음보고, 그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에 꽂혔다고 했다. 유관순 열사에 대해 국민의 다수가 피상적으로 느끼고 있고,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덮여있는 정신을 다시 살아나게 해주고 싶은 열망이 불타올랐다고 했다. '이 일은 내가 해야 한다.'

  그 사진은 형무소에 갇힐 때 찍힌, 정면과 측면 모습이 나란히 붙여진 것인데, 고양시 국립여성전시관에도 전시되어있다.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당찬 모습이 가슴을 울려,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했었다. 올해 김제여성포럼에서 '일제강점기 역사 바로 알자'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난 7월에 다녀온 것이다. 그리고 여성독립운동가 200분들의 삶을 엮은 10권의 시집을 돌려 읽으며, 독서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그 사업의 일환인,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그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의 '영화로 만나는 여성독립운동가' 행사를 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거운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악랄한 고문 장면에서는, 옆에 앉은 사람이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눈을 질끈 감게 되는, 이 폭폭한 심정을 어찌하랴.

  하지만, 혹독한 겨울을 이기기 위해 서로 몸을 비벼주고, 수의에서 솜을 빼내 모아 아기 옷을 만드는 장면은, 가슴이 후듯하게 했다. 세평도 안 되는 한 여자감방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이 남자 감방으로 이어지고, 길거리로 퍼져나가는 장면에서는, 모두 따라 만세를 불렀다. 하나뿐인 목숨을, 바라는 일에 쓰는 것이 자유라는 유관순의 외침과, 자유와 해방을 향한 열기가 가슴마다 북받쳤다.

  영화 관람이 끝나고, 마음에 남은 장면이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각각 태극기, 만세 부르는 손, 감방 안 풍경 등을 그린 후,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그런데 어떤 분은 무궁화를 그렸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나무 한 그루에서 삼천여 송이를 줄기차게 피고지고 하는 우리나라 꽃이, 자꾸 생각났다는 것이다.

  결국 모진 고문에 못 이겨, 감방에서 죽어가는 유관순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자, 그녀는 대답했다.

  그럼 누가 하냐, 고.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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