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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자연의 품에 들다 - 몽골여행기

기사승인 2019.11.24  21: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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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늘

 

몽골에 도착해서 곧, 초승달을 만났어요. 그믐이 지나고 삭이 시작되고 있었지요. 해가 지기 전부터, 어슴푸레하게 떠있데요. 밤마다 점점 두툼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그래서 별과의 만남도 절절했어요. 보름에 왔으면 별을 잘 볼 수 없었겠지요. 별을 보려고 몽골에 온다면, 일정을 잡을 때 음력을 따져보아야 해요.

 성이 카메라의 줌으로 달을 당겨서, 눈앞에 데려다 줬어요. 너무 멀리 있어 막막한 것을 바로 코앞에서 보니, 갈증이 좀 가시데요. 변덕스럽고, 아예 보이지 않기 일쑤니,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나 봐요. 사실, 잡을 수 없는 것을 바라만보는 일에 좀 지쳐있었어요.
 
 인연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죠. 끌어당기고 싶은 이가 있는가하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싶은 이가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안달을 해도 맘대로 안 되기도 하데요. 어쩌면 달이 그러는지도 모르고요.

 아프고 난 성은 완만하고 다정해졌어요. 옆 사람에게 키를 맞춰주네요. 사실 난사람이라서, 대하기 조심스럽고 어려웠었거든요.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죽이 많아서 지내는 날들이 달콤하데요. 자연의 품에서 함께 누리는 시간들이 그저 좋았어요. 새벽녘에 북두칠성의 한 각이 땅속으로 들어간 모습도 꼭 보자고 했지요.

 이상하게도 그곳에서의 밤은 쉬이 잠들지 못했어요. 밤 아홉시가 지나야 해가 지기 시작하니, 밤이 짧은데 말이지요. 별들이 게르 안으로 들어와 부스럭대서 그랬나 봐요.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곤 했어요. 일출을 보려고요. 해는 뜨거나 질 때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잖아요.

 일출을 보러가다가 토끼를 만났어요.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올라가려고, 어두컴컴한 들판을 달려가던 참이었어요. 그 녀석은 이 고요한 시간을 방해하는 소음과 불빛은 뭐냐, 하고 앞다리를 들고 뒷다리로 서서 빤히 바라보고 있었어요. 아주 바짝 다가갔을 때에야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군 하고, 서둘러 도망쳐버리데요.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부디 사람들 발길에 치이지 말고, 잘 살아가렴.’

 신발을 벗어던지고 사막을 걸었지요. 낙타의 발을 흉내 내어, 발이 빠지지 않고 걷는 법도 알아냈어요. 맨살의 그 서늘한 접촉을 기억해요. 얼마나 부드럽든지요. 가슴속에 모난 것들도 스르르 빠져나갔어요. 진심과 맞닿은, 있는 그대로의 사귐이 간절했나 봐요. 어긋나고 삐거덕거린 관계에 질려있었기 때문일까요. 사막에 벌러덩 누워서 별을 봤지요. 몸이 푹 꺼지면서 지구와 일체되어, 행성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돌아와서도 자다가 깨어 밖이 환하면, 혹여 달빛인가 내다보곤 해요 번번이 가로등 불빛에 속으면서도 요. 장마가 끝나 구름이 걷힌 하늘에 모처럼 별이 보이네요. 북두칠성이 서쪽 하늘에 있어요. 골프장의 강한 불빛에 치여서 그런지 희미해서, 간신히 형태를 띄우고 있네요. 그래도 국자모양의 다정한 꾀복쟁이 벗을 몰라볼 리가 있나요. 몽골의 밤하늘을 생각하니, 초라하기 그지없지만요.

 우리가 밀쳐낸 자연이 거기 있었어요. 이곳은 너무 많이 파괴되어 자정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니 어쩌면 좋아요. 문명 바깥으로 내몰린 자연을 다시 찾아와야 해요. 유기체적인 관계의 순환 고리로 우주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자정이 가까운데 골프장 불빛은 여전하네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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