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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품에 들다 - 소션녀의 몽골여행기

기사승인 2020.01.19  23: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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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기염소 몽치

 

사진-김영

높은 고도의 몽골에,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아기염소가 살았대. 까만 털을 가졌는데 이름이 몽치였어. 셀렝가강 주변이 놀이터였단다.

  삼촌이랑 이모들은 몽치만 보면, 그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어 안달을 했어. 그렇게 고음을 잘 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는, 여태 만나본 적이 없었거든. 모두들 몽치를 좋아하고 아꼈지.

  몽치는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 것은, 마두금 소리를 많이 들어서라고 생각해. 염소 떼를 이끄는 목동이 마두금 연주하는 소리를 태어날 때부터 들었거든. 그 소리가 얼마나 구슬프고 절절한지, 가슴을 쥐어뜯는 것 같았어. 언제나 목동의 코앞에 앉아있어, 연주소리가 온몸에 젖어들곤 했단다.

  하긴 낙타도 마두금 소리를 들으면 눈물 흘린다지. 마두는 낙타를 말하고 낙타를 감동케 하는 악기라는 뜻이래. 극심한 산고 끝에 새끼를 출산한 낙타는 너무 큰 고통에 새끼를 외면해버려. 새끼 낙타가 젖을 먹으러 어미에게 다가가지만 어미는 곁을 주지 않는 거야. 발로 차 얼씬도 못하게 해서 새끼는 그만 지쳐서 주저앉고 말아. 그때 어미 낙타 옆에서 마두금을 연주하면, 어미는 눈물을 흘리며 새끼를 받아준다는 거야. 품에 들여 보듬고 젖을 먹이는 거지. 오, 정말 다행이지. 몽치도 엄마 젖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

  그런데 어느 날, 엄마염소가 보이지 않는 거야. 하루 종일 떨어져 있었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어. 엄마젖이 먹고 싶은데 어쩌지, 배가 너무 고파서 벌판의 풀을 뜯어먹어 보았지만, 억세고 거칠어서 입안이 껄끄러웠어.

  덜컥 무섬증이 일었지. 맛있는 연한 풀에 팔려서 무리에서 떨어져, 엄마를 잃어버렸던 적이 있었거든. 맹수에 잡혀 먹힐까봐 얼마나 떨었던지 몰라. 독수리가 하늘에서 빙빙 돌고 있었지. 금방이라도 늑대가 나타나 덮칠 것 같았어. 그런데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고, 염소 떼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줬어. 만일 그곳에서 밤을 새웠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 뒤로 절대로 엄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졸졸 따라다녀. 어, 그러고 보니 똘이 네도, 망치 네도, 엄마들이 다 없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어둑해지자 목동과 개가 와서 새끼들을 우리로 몰아넣었어. 어라, 반대편 풀밭에 엄마염소들이 있는 것이 보이는 거야. 하지만 갇혀서 엄마에게 갈수가 없었어. 새끼들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자, 엄마염소 떼가 우리 옆으로 다가왔어. 하지만 나무 막대기로 얼기설기 만든 울타리가 높아서 들어올 수가 없었어.

  엄마가 말해줬지. 걱정 말고 어서 자렴. 내일 아침이면 만날 수 있단다. 엄마염소들은 우리 밖에서, 새끼들은 안에서 잠을 자게 됐는데, 배가 고파서 잠이 와야 말이지.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지 뭐야. 몽치는 별을 세다가 잠이 들었어. 마침내 아침 해가 떠올랐지. 이제 실컷 엄마젖을 먹을 수 있겠구나. 엄마젖 냄새가 나는 거 같네. 그 부드러운 젖꼭지를 입에 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어쩌면 좋아. 사람들이 통을 가져오더니 엄마젖을 짜는 거야. 아, 안돼. 아기염소 몽치는 눈물이 났어. 그렇게 기다렸던 엄마젖을 못 먹게 되다니. 너무 서러워서 몽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그 소리는 벌판위로 멀리 멀리 퍼져나갔지. 사람들은 젖을 짜던 손을 멈추고 그 청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 그리고 셀렝가 강물 위로 노래가 부드럽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어.

  아마 그때부터였다지. 사람들이 엄마젖을 새끼 염소들에게 남겨주기 시작한 게.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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