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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

기사승인 2020.05.09  17: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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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벚꽃

79. 벚꽃

 

사진: 나인권

사월 첫날에, 스승님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사월 내내 만우절인 것처럼 지내면 어떻겠냐고요, 자신을 어린아이인 양 속이고 천진하게 살아보자고요. 솔깃했지요, 어린아이로 돌아가려면 오십여 년 전인데 잘 될까 싶었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요. 자기 맘을 있는 대로 드러내고, 걱정 없이 웃을 수만 있다면 말이에요.

  하지만 금방, 그 마음은 현실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지요.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들리는 소식마다 힘들다고 하는걸요. 어디서나 근심 어린 얼굴을 대해요. 하긴 낯꽃을 실어 순간마다 새롭게 피어나지 않으면,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무표정의 얼굴이 되지요. 얼굴은 자신이 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인데요. 웃으면 기쁨을 나눌 수 있잖아요. 물론 이 세상은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곳이니 쉽지 않겠지만요. 

  더구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모두가 답답하지요. 그렇지만 이 시기를 거울로 삼아요. 코로나19는 우주 질서가 무너지고 있으니 원래로 회복하라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신호라고 여겨져요. 인공적인 환경을 벗어나서 본연의 모습을 찾으라고요. 외적으로만 치중하던 삶을 내면으로 향하고 중심을 잡아요. 바쁘게 밖으로 돌면서 안을 챙길 여유도 없이 살아왔잖아요. 침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듯해요. 

  지금이 바로 그때에요. 인생이 후딱 지나간다는 것, 곧 끝나버린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어요, 벚꽃만큼이나 순식간이지요. 온 세상을 환하게 하던 벚꽃은 쉬이 지고 말잖아요. 단 한 번뿐인 인생,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인 우리, 그렇다면 자기 몫의 삶을 충만하게 살아야죠. 먼저 자신의 얼굴을 살펴봐요.

  어떻게 하면 활짝 핀 낯빛을 가질 수 있을까요. 억지로는 될 턱이 없지요. 얼의 꼴이니 마음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데요. 슬프고 괴로운데 숨길 수는 없어요. 다만 곧 추슬러야지요. 좋지 않은 그 감정에 틀어박혀 있으면 안 돼요. 마음을 바꿔요. 안된다고요. 아니에요. 할 수 있어요. 마음의 주인인걸요. 어두운 방에 들어가 있으면서 우울해하지 말고, 얼른 문을 열고 밝은 곳으로 나오세요.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힘들 때는,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와요. 자연의 품에 안기면 걱정이 슬그머니 빠져나간답니다.

  벚꽃을 보러 갔어요. 그 깨끗하고 순수한 모습이라니요. 양쪽에 늘어선 벚꽃길은 생을 축복하는 것 같았어요.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말해주려고 꽃이 피는 거래요. 어느 생명인들 목숨을 부지하는데 수월함이 있겠어요. 그래도 겨울을 이기고 활짝 피었잖아요. 차에서 내리지 못했지만, 벚꽃엔딩 노래를 크게 틀고 따라불렀어요. 한바퀴 더 돌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렇게 꽃핀 시절을 정지시켜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차가 밀려서 천천히 가는 것도, 신호등에 걸려 머물러있는 것도 좋았지요. 벚꽃 나무의 몸통을 자세히 바라봤어요. 점선처럼 옆으로 결이 나 있어요. 짙은 색의 치밀한 조직이 고운 느낌을 줍니다. 팔만대장경의 판이 벚나무로 만들어졌음이, 최근 전자현미경 조사에서 밝혀졌다지요. 나무들의 껍질이 대부분 세로로 갈라지는 데 비해, 벚나무는 가로로 갈라지면서 표면이 거칠지 않고 매끄럽기 때문이랍니다. 너무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잘 썩지도 않고요. 가공하기가 쉬워 목판 재료로 딱, 이랍니다. 꽃도 어여쁜데 쓰임새도 부럽군요.

  마음결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정성껏 챙기는 것이, 인간관계의 출발이지요.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어주세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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