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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감성이발사 강덕수씨

기사승인 2022.08.09  0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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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십넘어 시작된 새로운 삶

 

  '아이를 탓하지 마라 니가 걸어온 길이다. 어른을 탓하지 마라 니가 걸어갈 길이다' 강덕수 시인이 인생의 지표로 삼고 있는 글귀다.

  한 낮의 뙤약볕같이 이발사에서 시인으로 제2의 불꽃같은 삶을 살고 있는 강덕수씨를 만난건 시내 모처의 한 대중목욕탕이었다.

  목욕탕 한 켠에 이발소를 차려 놓고 오가는 손님들의 사연에 그의 시 한구절이면 그야말로 '감성 이발소'가 따로 없다.

  막연히 문학이 좋았다. 아니, 정확히 하자면 문학보다는 '시'가 더 좋았다. '시적 허용'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게 문법을 줄다리기하고 있으면 독자로 하여금 짧은 문장, 혹은 단어 하나로도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게하는게 재미있었다.

  사소한 오해로 토라진 벗에게도 그의 진심이 담긴 짧은 시 한구절이면 묵혀있던 오해의 실타레가 사르르 눈 녹듯이 풀리곤 했다. 그만큼 강덕수의 시는 그가 걸어온 삶 그대로의 진실된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올해로 72세, 강덕수씨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요촌동에서 태어났다. 그시절 전쟁의 폐허 속 우리네 삶이 그랬듯 그 역시도 넉넉치 못한 형편에 초등학교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곧바로 냉혹한 생업전선에 뛰어들어야만 했다.

  또래집단에 비해 장대한 기골을 바탕으로 가족을 위해서라면 온갖 궂은 일을 가리지 않았다. 이후 비로소 성인이 되서야 이발기술을 배워 본인의 이발소를 꾸렸다.

  결혼을 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생겼다. 목숨걸고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더 많아진 셈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살아야만 했다. 천성이 근면성실한 탓에 그의 이발소를 찾는 단골손님도 꽤 많아져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모자람 없이 자식들을 키워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검은머리 보다 흰머리가 제법 많아졌을 즈음 우연히 손에 잡힌 책에서 가슴이 와 닿는 글귀를 본 이후 삶에 치여 먼 발치에서 동경만 하던 문학에 한걸음 다가서기로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생계가 문제였다. 이상을 쫓자니 현실이 발목을 잡았고, 그렇다고 현실에 순응하자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그를 안달나게 했다.

  장고에 시름하던 때 그의 오랜 벗 김진문씨가 그에게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한 번 해봐"라는 말과 함께 책 20권을 선물했다. 

  친구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강덕수씨는 자식들도 어느정도 건사했겠다 이참에 제2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육십 평생 묵혔두었던 문학에 대한 갈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용기내 가족들과 상의했고, 감사하게도 가족들은 그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꼭 7~8년전 일이다.

  그의 결심은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졌다. 막연히 관심만 두었지 사실상 '시'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였던터라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군산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이였다. 두 곳에서 수학한 강덕수씨는 전주대 평생교육원 재학중 같이 수학한 학우의 발빠른 등단에 자극을 받은 후 더욱 더 '시'에 심취했고, 때맞춰 담당교수의 추천으로 마침내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다.

  어려웠던 어린시절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했던 습관이 남아있던 탓에 전주대 평생교육원 재학시절 학생회장을 도맡아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학우들에게도 본인만의 비책(?)도 전수하는 등 그는 수학 외에도 나눔의 가치를 전파하는 등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등단 이후에도 그는 손 때 묻은 이발소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은 그의 이발소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단순히 이발만이 아닌 '시'로서 각박한 일상에서의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는 점과 강덕수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시집 3권이다.

  이 뿐만 아니라 평소 '시'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어 지인들로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강덕수씨는 욕심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으니 그간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실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본인의 시에 아름다운 영상과 잔잔한 음악을 녹여낸 후 그럴듯하게 꾸며 시 한구절의 여유가 필요한 지인들에게 전파하는 등 이 모든 것을 독학으로 해내고 있는 중이다.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에 지친 이들에게 그의 시 한구절은 다시 희망을 찾는 자양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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