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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훈 취재부장 |
끝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빛이 저 멀리 보이는가 싶더니 명도 참 질긴놈이지 어디서 또 슬금슬금 기어나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코로나19 이야기다. 이 지긋지긋한 놈은 신체에 대한 피해를 남기는 것도 모자라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안겨줘 그야말로 서민경제는 풍비박산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도 미봉책으로 온갖 명문을 담아 국민들에게 지원금 형태의 현금다발을 안겨줬고, 지자체 또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곶간을 활짝 열었다.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에 대한 상황이 긴박했으며, 사회적거리두기 등 각종 규제들로 인해 수혜자들은 한 푼이 절실했던지라 이 지원금은 금액을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이 와 닿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를 대하는 전반적인 양상이 변화했고, 각종 규제들이 상당부분 완화됨에 따라 물론 예전만 같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시장경제도 자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시가 시민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도록 하는 예산을 세워 시의회에 제출했다.
정성주 시장의 공약에서 비롯된 이 재난지원금은 우리시 재정여건을 고려했을 때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여기에 우리시 자체 재원을 사용하지 않고 중앙정부로부터 내려오는 교부금을 활용해 지급한다고 하니, 군침이 도는 것은 사실이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생각지도 못했던 거금 100만원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부터 생각이 든다. 남자의 로망 중 하나인 멋들어진 바이크를 장만하는데 보탤까? 아니면, 헬스장 개인PT 회원권을 구입할까? 그것도 아니면 오래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드럼학원을 등록할까? 아니야, 그 동안 못 나갔던 외국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매일이 설레인다.
물론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기에 사용함에 있어 제약은 있겠지만, 우선 생활비를 지원금으로 사용하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는 것이니 현금과 다를 바 없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편으로는 재난지원금으로 어떻게든 놀 궁리만 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아 잠시 이성의 끈을 놓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기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견해를 밝히려 한다. 물론 기자의 생각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첫번째로는 재난지원금의 추진과정이다. 정성주 시장이 당선되기 전 선거기간 중 '임기 내 시민들에게 재난지원금 200만원 지급'이라는 달콤한 공약을 내세웠고,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재난지원금이 바로 이 공약중 일부로 100만원을 우선지급한 뒤 나머지 100만원에 대해서는 추후 상황에 따라 세분화된 지급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여기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에도 A는 연간 1억원을 상회하는 순수익을 거둬들이고 있고, B는 생활이 궁핍해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조차 없을 지경이다. 물론 객관적인 피해의 경중을 따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재난지원금 100만원에 대한 가치는 A와 B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피해를 보는 관점에서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므로 평등하게 보상이 주어지는게 맞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서는 보편적복지로서의 접근 보다는 소득별 차등을 둔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함이 옳다는 판단이다. 정책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고, 시민들의 소득수준에 대한 맞춤형 데이터 또한 빈약해 결과적으로 포플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으로는 재난지원금 사용의 한계점이다. 재난지원금은 지역화폐로 지급되며, 여기에 사용기한까지 정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서 B의 경우, 일부 생필품에 대한 소비 외에도 각종 공과금 및 자녀 교육비 등 현금성 자산이 필요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용기한 내 지원금 사용을 다 못 할 수도 있다는 점과 사용기한이 임박할수록 이를 현금화 하려는 시도, 소위 '깡'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것도 우려된다. 최근 시가 주관했던 시민과의 소통에서도 한 시민은 재난지원금으로 공과금을 낼 수 있도록 시스템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기회비용 문제이다. 이번 재난지원금 예산은 우리시 인구 1인당 100만원으로 책정한 811억원이다. 당초 임기내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그 총액만 1622억원에 이른다.
1622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우리시 현실에 비춰 미래를 위한 투자 중 가장 시급한 사업에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예를들면 24시간 운영하는 시립의료원이나, 도시환경 조성, 노인복지문제 또는 소비층 인구유입을 위한 양질의 청소년 교육환경 조성 등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투자한다면 1622억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다가올 새만금 시대에 대비한 시에 이득이 되는 사업도 좋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크게 경제유발 효과도 없을뿐더러 언 발에 오줌누기식 정책 보다는 멀리 백년대계를 내다보자는 뜻이다. 꼭 1622억이 아니라도 좋다. 예를 들기 위해 1622억이라는 숫자를 언급했지,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당연히 재난지원금으로 사용되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 공감한다.
코로나19라는 악재로 한 푼이 아쉬운 시점에서 100만원의 달콤함도 좋지만 당장은 입에 쓰더라도 지금껏 우리가 살아왔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김제를 위해, 나아가 우리네 후손들이 살아갈 김제를 위해 잠시의 불편함을 달게 인내할 수 있는 시민도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장 생활이 힘들어 100만원이 꼭 필요한 분들로부터 미움받을 각오를 무릅쓰고 몇 자 적었지만, 기자는 오늘 밤에도 침대에 누워 100만원을 어떻게 사용할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새 뒤척일 것 같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