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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말이라도 말지"

기사승인 2020.02.24  00: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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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훈 취재부장

주어진 시간 평균 70여분, 시가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우리시 각 읍면동을 돌면서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면서 할애한 소중한 시간이다.

  시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 그렇게 많았는지 가는 곳 마다 미리 준비한 자리가 만석을 넘어 출입구까지 빼곡히 모여든 시민들 사이로 미리 짜여진 순서대로 행사가 진행됐다.

  오랫만에 반가운 얼굴들 모였으니 인사와 더불어 앞으로 시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 10분, 현재 우리시·동네 상황 설명 10분, 도·시의원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각자 한마디씩 하다보니 40분, 정작 주어진 소통의 시간은 10여분 남짓이었다. 그 마저도 사전에 받았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데 3분여를 허비하고 나니까 정작 주어진 70분의 시간 중 소통은 적게는 7분에서 많게는 10여분이 전부였다.

  서론이 길었던 이 행사의 이름은 애석하게도(?) '시민과의 대화'이다. 기획을 누가 했고 또 행사명을 누가 지었는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이야기를 주고 받음'으로 통용되고 있다. 뭐... 시민들의 목소리를 아주 안들었던 것도 아니니 '대화'가 성립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건 정말 누가 봐도 불공정했다.

  최소한 시가 시민들을 앉혀 놓고 일방적으로 떠들었던 시간만큼은 시민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옳았다.

  평일, 그것도 업무시간에 진행된 이 불공정한 대화에 참석하려고 해당 읍면동 주민들은 없는 시간을 쪼갰거나, 누군가는 잡혀있던 약속을 미루기도 했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 하고 싶어 몇날 몇일 밤잠을 설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시가 보여준 겉모습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우리시 대부분 부서의 간부공무원들이 총출동해 어떠한 질문을 받아도 대답할 만반의 준비를 했으며, 해당 지역구 도·시의원 및 시의장 등 시민의 대표까지 배석시킴으로서 일단 외형은 완벽에 가까웠다.

  매우 효율이 낮은 형편 없는 행사를 치렀음에도 시는 가증스럽게도 '시민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다양한 여론을 수렴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말 시가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다양한 여론을 수렴했다고 생각하는까? 

  70분 중 10분, 순진한 시민들은 이 10분이라도 어떻게든 시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 각종 지역현안에 대한 문제점 등을 토로했지만 현장에 배석한 간부공무원들이 이들의 질문을 제지하는가 하면, 특정 별정직공무원의 경우 행사 진행방식의 불만을 제기하려는 기자에게 "지금 이 자리에서 (시민들의)말을 들어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느냐"며, "해결할 방법이 있으면 말해봐라"라고 발언하는 등 황당한 말들로 실소를 자아내개 했다.

  해당 지역은 수년 전 부터 환경과 관련된 현안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으로 해당 질문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 했으며, 시는 골치아픈 문제에 대해 무작정 질문을 막아버릴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준비 했어야만 했다. 그것이 대화를 하자고 자리를 만든 주최자의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시장을 비롯해 일부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질문을 자르며 "'직소민원' 등의 방법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고 발언하는 등 도대채 이럴거면 '찾아가는 직소민원'이나 할 것이지 왜 대민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일해야 할 고급인련인 간부공무원들까지 동원해 에너지 낭비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장기간 이어진 지역현안에 대한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장은 출구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건 없이 기댈 수 있는 사람,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시장님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 걸 정도 였겠는가. 이날 박시장의 어깨는 유난히도 좁아 보였다.

  차라리 말이라도 말지... 평소 하던대로 '시정설명회'라고 했으면 이렇게 까지 배신감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시는 '시정설명회'를 통해 시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시민과의 대화'는 규모가 작더라도 해당 지역구 시의원에 의해 최소한 분기별 1회 이상은 개최되어야 한다.

  시간적 한계가 있는 '시정설명회'에서 시의원은 집행부와 나란히 앉아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며 장황한 인사말을 늘어 놓을 것이 아니라 시민들 곁에 나란히 앉아 평소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나온 의견들을 집행부에 전달하는 방법이야 말로 시민의 대변자다운 모습이다.

  박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말쑥한 차림새로 힘든 걸음을 옮긴 시민들만 애처롭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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