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김제아람학원장 |
누구나 그렇듯
어머니도 화단을 가지고
태어나셨다
꿈이라 쓰인 꽃도 심으시고
삶이라 쓰인 풀도 자랐다
어느 날 어머니는
두 그루의 나무를 조심스레 심으시고
정성스럽게 키우셨다
눈물을 모아 거름을 뿌리고
사랑을 담아 물을 주셨다
나무들만 돌보느라
어머니의 화단은 천천히 망가져 갔다
꽃과 풀이 말라 죽으면
그걸 나무의 영양분으로 쓰고
통곡을 하시며 가지치기를 했다
여린 몸으로 비바람을 막아 주고
머리카락을 팔아 약을 샀고
휘어지지 않도록 줄곧 반듯이 안았고
퉁퉁 불은 발로 뿌리 박힌 땅을 밟으며
어머니는 나무를 키우셨다
황량해진 화단에는
덩그러히 나무 두 그루만 웅장하게
뿌리 깊게 내려 잎이 무성하게 커버렸고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가는 어머니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무들을 보신다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