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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

기사승인 2020.09.02  18: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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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 백조자리

93. 백조자리

  모처럼, 구름 걷힌 하늘에 별이 떠 있다. 마음속도 저렇게 개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늠하기 힘든 삶으로 잔뜩 흐려져 있으니.

  별을 가까이 만났던 적이 있다.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쳤었지. 마흔둥이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 이야기니, 꽤 오래전 일이다. 인공 빛을 끄고, 핸드폰 소리도 끄고, 별을 만난 일이 굉장히 좋았다. 독수리, 거문고, 왕관,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별자리들을, 하늘을 칠판 삼아, 레이저 불빛으로 짚어가며, 이름을 불러주었지.

  여름밤, 은하수는 하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고, 백조는 그 위를 날고 있었다. 그리고 양쪽 강변엔 견우와 직녀가 칠석날을 기다리며 반짝거렸지. 견우와 직녀, 백조자리의 꼬리 부근에 있는 데네브는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며, 별자리들을 찾는데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데네브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백조의 부리인, 주황과 푸른색 별, 알비레오가 있다. 맨눈으로 봤을 때는 하나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고 나서 이중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두 별은 색깔의 대비가 가장 뚜렷한, 겉보기 이중성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먼 거리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중심으로 천천히 공전하고 있는 쌍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눈에 잘 띄는 별은 아니지만, 절절한 관계 때문에, 어디쯤 있나, 찾아보게 된다.

  이 땅에서 삶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맡겨진 일을 하느라 분주하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시간이고, 또 하나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시간이다. 인생은 낮과 밤, 밝음과 어두움으로 나뉜다. 그래서 만사태평이란 어림도 없다. 늘 출렁대는 것이 사는 일인 걸. 그러니 옆에 함께 인생길을 가는 사람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 누르는 그이를 지켜보며,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져요. 편파적으로 오도하며, 당신을 우롱하는 상대가 정말 가증스럽지만,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차분히 항의해요. 그리고 상대방이 왜 그래야 했는지도 들어보고요.' 하면서 말렸더니, '화가 나서 뛰다 죽겠는데 참으라니, 지금 약 올리는 거야?' 하면서 더 성질을 낸다.

  옆에서 거든답시고 상관하면, 되려 기분을 헝클어 놓을 뿐이다. 탓하지 말고 그냥 저만치서 서로 공전하며 바라봐 줄 일이다. 열을 받아 붉어진 별에게, 그저 시원한 파란 빛을 보내는 거다. 밤하늘이 캄캄할수록, 별은 더욱 또렷한 빛을 내며 지향점을 갖게 하지 않는가. 어두운 주위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드러내어, 모호한 길을 더듬어 다시 나아가게 한다. 삶이 허든거려 제대로 자신을 지탱할 수 없을 때, 별은 길을 쓸어준다.

  혼자만 잘났다고 별을 바라보지 않는 사람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 별이 별자리를 떠날 수 없듯이, 우리는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 역시 반짝거리며 온기 있는, 지상에 내려온 별이 아닌가. 태양처럼 강렬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처럼 어두움에 포획되어 어쩌지 못할 때, 사회적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쓰고도, 다정하게 바라보는 빛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현대는 각종 인공 빛들이 넘쳐나서, 별을 살해하고 말았다. 더욱 아스라한 곳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별은 바라보는 자의 것이고, 본다는 건 기억하는 일인 것을, 인제 기억에서도 멀어질 운명인가.

  당신을 향해 웃어주는 별 하나가, 오늘 밤에도 떴으면.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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