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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원님, "제발 공부좀 하세요"

기사승인 2024.11.04  18: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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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훈 취재부장

  기자는 10년가까이 시의회에 출입하면서 각양각색의 시의원들을 겪어봤다. 기자가 작성한 시의회 관련 보도에는 유독 '역대 최악의 시의회'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기자는 지금부터 시의원들을 향해 불편한 소리를 내뱉을 예정인데, 지난해 말 평소 시의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언론사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소위 '언론 길들이기'를 시도한 바 있는 시의회의 작태에 치졸하면서도 두려운(?) 감정이 앞서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권력으로부터 짖이겨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들의 한심하면서 무책임한 행태를 알려야 겠다는 마음 뿐이다.

  간략히 개념을 설명하자면 1990년대 '지방자치단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명맥을 함께한 기초의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통해 의회 구성원을 선출하고, 예산의 의결 및 행정에 대한 감시 등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막중한 권력을 사용하는 기관으로서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주춧돌 중 하나이다.

  하지만 대도시로의 인구 쏠림 현상과 그로인한 전문인력의 부재 등의 악재가 꾸준히 누적되면서 점차 의원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하나 둘 선거에 당선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악영향으로 인해 근래에 들어서는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시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 A와 B, C 이렇게 세그룹이 있다. 여기에 속한 이들은 모두 인구 8만명이 거주하는 소도시의 기초의회 의원들로서 지난 2022년 시민들로부터 행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당당하게 '시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자들이다.

  온 세상을 녹일듯 유난히 볕이 강했던 날로 기억한다. 행정에서는 "금연율이 직전 대비 눈에띄게 상승했다"면서, 내년도 사업예산 증액에 대한 의결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혈세가 투입되는 이 사업에 별다른 의심 없이 '좋은게 좋은거'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유독 한명이 "지난해 결산보고서에는 담배소비세가 직전보다 많이 걷혔는데, 어떻게 금연율이 상승했다고 보는가요?"라며 의문점을 제기했다.

  담배소비세는 우리가 담배를 구입할 때 마다 담배값에서 원천징수되는 세금으로서 담배소비세가 많이 걷혔다는 것은 그만큼 담배가 많이 판매됐다는 반증이다. 정확한 데이터에 근간한 질문에 집행부가 잠시 할 말을 잊게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세그룹 중 A그룹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기자의 시각에서는 A그룹에 속한 의원은 많아야 2~3명이다. 이들은 현장을 발로 뛰며, 각종 자료 및 데이터를 사전에 수집 및 분석 후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그야말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의원들이다.

  B그룹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켜보는 눈이 있으니 몇 마디라도 던져야겠고, 그렇다고 각종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은 귀찮고해서 개인적 경험이나 신뢰성이 적은 표본집단의 사례를 주로 인용한다. 쉽게 말해 일부 시민들의 의견에 묻어가려는 모양새다. '내가 겪어보니...', '주위에서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서 행정에 대한 이들의 개선요구에는 구체적인 데이터나 정확한 근거 없이 매번 수박 겉 핥기만 반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에서도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의원들은 이 부분을 또 대충 지적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행하게도 B그룹은 현재 가장 넓은 스팩트럼을 자랑한다. 이들은 서로 한데 뭉쳐 어울려 다니면서 공부는 커녕 틈만나면 자신들의 권력을 앞세운다. 시의원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속에는 시민들의 뜻이 서려있어 매우 무게있는 메시지로 행정에 전달됨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C그룹은 속된말로 똥인지 된장인지 개념조차 없는 유형이다. 무역수출단지 공장 건설현장에서 "수출업체와 내수업체의 입주비율을 맞춰달라"는 요구를 하는가 하면, "방범용 CCTV를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전광판에 송출해달라"는 의원도 있었다. 심지어는 공식석상에서 사업에 대한 개요를 처음부터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시민들에게 보여지는 지면을 빌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니 많이 정제시켜 이정도이지 현장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속이 뒤집어진다. 

  시의원들이 견제 감시해야 할 대상의 지적 수준은 전국적인 직업공무원 선호 현상으로 인해 양질의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예전 대비 지적 수준이 상당히 향상됐다. 더이상 '의원님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떠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는 소리다.

  이들의 출발점은 '선거'와 시민의 선택 즉 '당선'이라는 점에서 공평했고, 이후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절대적으로 평등했지만, 상당수 시의원들은 이 평등했던 시간을 게으름과 오만으로 치환해 '역대 최악의 시의회'라는 오명을 잉태하는데 허비했다.

  말 그대로 이들은 철처하게 게을렀으며, 오만했고, 시의원으로서의 소양을 함양시키기 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이 마치 천부인권인 것 마냥 별 다른 죄의식 없이 남용하기 바빴다.

  그들에게 진심을 눌러 담아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한다. 

  제발 공부좀 하세요! 그렇지 않을 거면 세금 축내지 말고 지금이라도 다른 일 찾아보는 것이 진정 시민을 위하는 길 입니다.

  이들은 매월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350여만원을 수령해간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켜보는 것, 현재로서는 이들이 밥 값을 제대로 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를 것만이 최고의 대안이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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