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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망하게 생겼다"

기사승인 2024.09.03  19: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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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팜 청년농의 절규, 접수된 하자만 100건 훌쩍

 

스마트팜 천장에서 떨어진 물로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있다.

  첨단농업을 통한 부농 실현이라는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청년농이 '부실공사'라는 장벽 앞에 맥없이 주저 앉았다.

  이들은 백구면에 위치한 스마트팜밸리에서 딸기, 상추, 허브 등을 재배하며 입주 1년차부터 3년차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새내기 청년농으로서 농업의 기초부터 첨단기술의 적용 및 활용까지 선진화된 미래농업을 배우기 위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이 곳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들의 원대한 꿈이 산산조각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릴 때 즈음 온실 밖 하늘이 먹구름으로 점차 어두워지더니 이내 곧 장대비가 쏟아지자 온실 천장은 구멍이 뚫린 듯 머금은 빗물을 여과 없이 토해내기 시작했고, 이 빗물로 온실속 농산물은 회생이 불가능 할 정도로 상해 전량 폐기해야만 했다. 이는 단순 빗물 누수 수준을 넘어 천장의 존재 이유가 의문이 들 정도의 물폭탄으로 이들은 매번 어지는 마음으로 비가 오지 않기를 기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마트팜에는 햇빛 차단용 스크린을 구동하는 모터와 환기를 위한 자동 개폐시설, 양액기, 냉난방기, 전기계량기, 바닥 에폭시 문제 등등 어느 하나 성한 제품이 없었다. 준공된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접수된 하자 건수만 해도 100건을 훌쩍 넘을 정도이다.

  스마트팜 입주 청년농들은 "이 모든 문제는 순차적으로 발생된 것이 아닌 이들이 스마트팜에 처음 입주한 시기부터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면서, "아마도 우리가 입주하기 전 이곳을 거쳐간 청년농들도 같은 고초를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때마다 계약 당사자인 시 관련부서에 하자보수 등을 요구했고, 시는 시공사인 S건설측에 관련업무를 요청했지만 임시방편에 그쳤을 뿐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연약지반 위 스마트팜 공사가 진행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본래 스마트팜이 들어서는 자리는 저수지가 있었고 이를 메우고 공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연약지반으로서 왠만한 지반 보강공사로는 건물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는게 상식이다. 시공사측에서는 "설계도에 맞게 시공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반을 강화하기 위한 파일을 유효한 깊이로 밀어넣지 않아 건물이 어긋났고, 이 사이로 빗물이며, 천장 개폐기 등등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시가 지난 2018년 농식품부 공모사업을 통해 유치한 스마트팜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3년전 완공된 이 스마트팜은 당시 1천억 규모의 시설로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스마트팜 단지 내 200억 규모의 임대형스마트팜이다. 당시에는 '미래 선진농업의 첨병 역할을 할 시설이다'는 극찬과 함께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화려함으로 치장된 겉모습과는 달리 이면에는 썩어 곪아 문드러지고 있었다. 

  참다 못 한 청년농들이 용기를 내 지난 21일 전북도의회를 찾아 그간 발생했던 일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 냈다. 이 자리에서 청년농들은 "부디 책임있는 자의 책무를 다하라"고 절규했다.

  이들의 과감한 결단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나인권 도의원은 즉각적인 천장누수에 대한 보수공사를 약속했고, 이원택 국회의원은 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번 문제를 국정감사장으로 끌고 가겠다는 언지를 던졌지만 취임 이후 잦은 해외출장으로 공사가 다망한 정성주 시장은 현재까지 이들에게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에서도 부랴부랴 뒤늦게나마 사태파악에 나서고는 있지만 책임소재 앞에서는 농어촌공사와 시공사에게 떠밀며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가 문제다. 세간에 주목을 받은 만큼 스마트팜 겉으로 드러난 스마트팜 문제는 무난하게 해결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농들의 이후 행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우선적으로 청년농들의 거래처가 모두 끊어졌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계약관계에서 청년농은 본의 아니게 신용을 저버리게 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고난의 길이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스마트팜 계약기간 종료 후 이들의 거취 문제이다. 스마트팜 청년농들은 계약기간 종료 후 농업정책 지원사업의 일환인 '페키지사업'에 참여를 희망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 사업의 심사위원 중 일부가 스마트팜 담당부서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들이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기 꺼려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시 관계자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더이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외부인사로 구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시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외부인사를 선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시는 다음달 9일까지 농어촌공사와 및 시공사와 협의해 보수공사를 끝마치겠다는 입장이지만, 청년농들의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꿈과 희망이 자리해야 할 곳을 절망으로 채운 청년농, 이들이 허비한 청춘의 댓가는 과연 얼마로 산정해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참다 못한 청년농들이 도의회를 방문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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