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틀에서 본 예산의 구조와 원칙 #2-2
김제시의회 김주택 의원 |
다시 또 하나의 궁금증이 따라온다. 매 회계연도마다 들어온 돈을 다 쓰게 되는지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 들어온 돈 세입에서 사용한 돈 세출을 빼면 남는 돈 즉 잉여금이 생긴다.
이 잉여금을 더 쪼개보면 1)그 해에 사업을 다 못해서 다음 연도에 쓰겠다 하고 이월한 사업비가 있고 2)중앙이나 도로부터 보조금을 받았는데 다 못 쓴 보조금 사용 잔액 그리고 3)이월비와 보조금 잔액을 빼고 순수하게 남은 돈, 순세계잉여금으로 구분된다.
이런 돈들도 원칙에 따라 처리된다. 이월 사업비는 계속 해오던 사업에 마저 쓰면 되고, 보조금 사용 잔액은 받았던 곳으로 다시 반납한다. 물론 돈을 받아서 가지고 있었으니 그 기간 동안에 발생한 이자까지도 되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순수하게 남은 돈 순세계잉여금은 다음 연도 추가경정예산의 세입에 반영해서 각종 사업에 다시 사용되는 것이다. 회계연도독립의 원칙이 있지만, 남은 돈을 그 해의 기념품으로 남겨둘 순 없기 때문에 다음해 사업에 쓰는 것이 허용되는 일종의 자연스러운 예외다.
참고로 다음 연도 본예산이 아니고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되는 이유는 해당연도에 쓴 돈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결산이라고 하고, 이 작업은 다음 해 6월경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용어가 또 등장했다. 추가경정예산은 나중에 생긴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이미 성립된 예산을 추가로 변경하는 예산이다. 돈이 늘어날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역시 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비로소 성립되는 건 당연한 얘기다.
이 밖에도 예산에는 몇 가지 원칙들이 더 있다. 이것들은 모두 법령의 규정 사항이며,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의 의무 사항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 위주로 정리해 본다.
우선 예산공개의 원칙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예산은 편성 및 집행내역을 시민에게 모두 소상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지방재정법은 지자체가 ▶세입·세출예산의 편성 및 집행상황 ▶지방채 및 일시차입금의 현재액 ▶공유재산의 증감 및 현황 ▶중요물품 증감 및 현재액 ▶기타 재정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주민에게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우리시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보공개 코너/재정정보공개란을 보면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예산서·결산서·재정공시·기금운영계획서·재정운영상황공개·중기지방재정계획·계약정보공개·지방재정투자심사·주민참여예산 등이다.
말이야 묵직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우리시 살림살이 장부같은 것들이다. 자주 들어가 펼쳐보시라 권하고 싶다. 보면 볼수록 잘 보이고, 구다볼수록 더 잘하게 된다.
하나 더 추가하면 정부에서는 예산을 주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알기쉬운 공개를 권장하고 있다. 가급적 그림과 도표도 넣고, 용어도 쉽게 풀어서 설명하라는 취지다. 우리시 홈페이지에서 재정공시 자료를 보시고 얼마나 알기 쉬운지 체감해보시기 바란다.
예산 안정성의 원칙은 앞서 설명한 예산총계주의다. 모든 수입과 지출을 예산에 완전히 계상하라, 즉 누락 없이 전부 계획표에 올려서 관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예산 사전의결의 원칙이다. 예산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편성하고,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에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심의·의결을 받아야 비로소 '성립'되고 쓸 수 있다.
행정부와 의회는 상호 간에 견제와 균형의 관계가 유지된다. 어느 쪽도 모든 권한을 가질 수 없고,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도 없다. 잘 아는 3권 분립이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래서 민주주의다.
마지막으로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다. 예산안에 정해진 목적을 위해서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는 A라는 사업에 천원 쓰겠다고 해놓고, 슬그머니 B라는 사업에 쓰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12월안에 사업 끝내겠다고 했는데 다 못 끝내는 것도 잘못이다. 공무원들이 고생도 많지만 자칫 노력과 고민을 게을리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여지없이 4자성어가 등장한다. '복지부동'
사업 다 못 끝내면 이월시켜서 다음 해에 쓰면 되지 않느냐 할텐데, 이러한 경우 '사고'라는 말을 붙여서 '사고이월'이라고 따로 정리한다. 행정부가 의회의 질타를 많이 받는 부분이다. 사고이월된 사유가 불가피하고 불가항력적인 것인지 따져보고, 시정시키거나 다시는 이러지 마라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일은 역시 의회의 역할이다.
참고로 예산을 세울 때 처음부터 이건 올해 안에 다 못 끝냅니다 하고 의회의 의결을 받아서 집행하는걸 '명시이월'이라 한다. 처음부터 분명하게 해를 넘긴다는걸 보여주고 간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게다가 3년이나 5년 정도 걸릴 사업도 있는데, 이걸 계속비 사업이라고 해서 사업비 총액과 연도별로 들어갈 금액을 정해서 의회 승인을 받는다. 앞서 소개해 드린 시청 홈페이지 예산서를 찾아보면, 예산서 첨부서류에 계속비 사업 조서가 따로 공개돼 있다. 그럼 처음에만 예산 의결해주고 그래 알아서 써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의회는 때마다 그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감사도 실시한다.
앞서 보았다시피 예산은 다양한 제도의 틀 안에서 무수한 간섭을 받는다. 일을 복잡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법에서 정한 규범과 원칙을 지키며 국민이 낸 혈세를 허투루 쓰지 말라는 중요한 철학과 정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예산은 숫자로 표현된 정책이다. 숫자는 복잡하지만, 시민들이 '더 많이 알고, 더 잘 보게 되면' 그만큼 행정은 주민들을 의식하고 더 조심스럽게 일을 하게 된다. 이건 시민들에게 분명히 득이다.
필자가 다소 지루한 예산의 원칙들을 열거한 이유는 이 원칙들이 예산을 '보는', 기왕이면 '정확히 볼 수 있는' 유용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서 예산을 보는 눈이 한층 밝아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 편부터는 한 발 더 들어가서 세입·세출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럼 이 예산은 누가 어떤 과정으로 다루는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다. 어느 지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고 불합리한 관행이 개입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잘 준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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