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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지원금, 꼭 나눠줘야하나?

기사승인 2025.03.25  13: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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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전, 기온은 비교적 선선했지만 볕은 여전히 강렬하기만 했던 추석을 앞둘 때 즈음인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성주 시장의 공약이기도 한 재난지원금 지급의 사실여부가 시민들 사이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이내 곧 100만원 지급이 현실화되자 지원금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행렬이 행정복지센터 주위로 수백미터씩 이어지는 등 다시 못 볼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800억이 넘는 세금이 풀리면서 선심쓰듯 돈을 나눠준 것 마냥 순간적으로 정성주 시장의 인기는 폭등했고, 어딜가나 정 시장을 환호하는 소리가 마을 입구까지 흘러나올 정도였으니 짐작컨데 정 시장은 매 순간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 시장 뿐만이 아니였다. 기자의 취재수첩에 적인 내용과 기억이 정확하다면 당시 시의회에서도 100만원이라는 금액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후유증을 염려해 몇몇 시의원이 반대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내보였지만, 시민들의 표를 의식해서 인지 못이기는척 슬그머니 곶간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에 동의했고, 그러한 결정으로 인해 정 시장 못지 않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우려했던 문제들은 '꽁돈'이라는 강렬한 도파민이 시민들의 뇌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터져나왔다.

  카드캉부터 시작해 당초 지급취지와 맞지 않은 사용은 농협이라는 거대조직의 힘 앞에 맥없이 무너졌으며, 기름값과 서민물가가 치솟는가 하면, 재난지원금 사용처의 잦은 번복으로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100만원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했다. 흡사 마약이 이런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100만원 이후의 삶은 각종 부작용으로 이전의 삶보다 더욱 갈증을 유발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나머지 100만원은 언제 지급할 것인지가 늘 화제거리였다.

  당시 기자는 800억의 세금을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나눠주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사용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주장했지만, 내심 100만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매일 밤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렀다. 정성주 시장의 100만원 지급 사건이 너무도 각인된 탓인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 시장이 100만원 나눠준 것 말고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평이 줄을 잇기 시작했고, 이 같은 여론은 곧 구름위에 있던 정 시장을 현실세계로 끌어 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인근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지급하자 때는 이때다 눈치만 보고 있던 정 시장이 우리시도 50만원씩 나눠준단다. '서민경제가 파탄났다'는 그럴싸한 명분까지도 온갖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니 하늘이 돕는 것 같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IMF 이후 언제나 서민경제가 '호황'이라는 말은 단 한번도 없었다. 서민경제는 어느날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라 해마다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꾸준하게 나빠졌고, 그럼에도 우리는 극복해 나가려 부단히도 애쓰고 있는 중이다.

  50만원이라. 고백컨데 박봉에 시달리는 기자도 생각만 하면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난다. 고정된 수입이 있는 직장인이 이정도인데 기약없이 하루를 버티고만 있는 소상공인의 근심걱정은 오죽할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당장은 지역상권이 살아나고 호황을 보이겠지만, 우리는 또 다시 도파민 절벽에 부딪혀야하고, 원치않은 금단현상을 맞닥드려야 한다.

  이번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시는 405억이라는 세금을 전액 시비로 세웠다. 앞서 100만원씩 나눠줬던 800억규모까지 더하면 우리는 12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기회비용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100만원어치 빵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100만원을 가지고 빵 만드는 기계와 원자재를 구입한 후 인력을 채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거시적으로 봤을때 더 효과적이다.

  정말 민생경제가 힘들다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미래를 위한 생산성 높은 곳에 투자하면 세금도 아끼고 후대의 성장발판을 위한 주춧돌까지 놓아줄 수 있도 있다.

  김제시의 생각 없는 사업 추진은 지난번 100만원 지급때에 이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400억이 넘는 금액이 투입되는 사업에 각종 데이터 분석은 커녕 제대로된 시뮬레이션 조자 돌려보지 못하고, 곶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시의회에 보고했다.

  선거가 다가오니 그간 "무분별한 현금성 지원은 포퓰리즘이다"고 외쳤던 시의원들도 민생경제가 안좋으니 설 명절에 맞춰 지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싱글벙글이다.

  의원들 스스로도 집행부를 상대로 정확한 데이터 마련이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또 한번 곶간문을 활짝 열어주니 도대체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럴거면 그냥 열쇠를 시에 맡겨놓고 거드름 피우며 의원놀이나 하는편이 낫다.

  지난 20일 일상회복지원금 지급 첫날부터 우왕좌왕 준비가 부족한 티가 여실히 드러났다. 당초 작성된 매뉴얼 상 정당하게 지급받아야 할 일부 시민들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고도 명단과 지급할 카드가 없어 발급을 받지 못한 채 헛걸음을 해야만 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배경에는 물 들어 온 김에 노 저으려는 일부 시의원들은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나눠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일상회복지원금 50만원으로 분위기 반등을 노리는 정 시장이나 이 기회를 틈타 하이에나처럼 낯을 내려는 시의원들이나 도긴개긴이다.

  우리시 위정자들은 설 명절 이후 순식간에 사라진 50만원을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들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 선진화 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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