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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 '살림'이야기 (8)

기사승인 2025.03.25  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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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의 시계와 보이지 않는 손 1/2

 

김제시의회 김주택 의원

  예산도 결국 사람이 다룬다. 정확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공무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세입을 추계하고, 거기에 맞춰서 세출의 구체사업들을 수립하고 거기에 드는 돈을 배정하는 일, 그 전 과정이 집행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손과 머리로 이루어진다.

  순서적으로는 우선 시청이라는 집행부가 예산의 '편성권'을 가지고 안을 짠다. 하지만 편성만으로 예산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편성한 예산이 의회에 제출되면 의회는 타당성과 적정성 등을 따지는 심의를 거쳐 최종적인 '의결권'을 행사한다. 의회가 의결해야 예산은 비로소 '성립'된다.

  어찌보면 집행부와 의회간 권한의 적절한 배분과 균형의 시스템인 것이다. 영국의 공리학자 애덤 스미스는 가격과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했다. 예산도 수없이 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쓰여진다.

  그것들을 일일이 다 점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시민의 상식에 맞는, 우리시의 현재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예산이 쓰여지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원으로서 예산을 심의하고 사업을 검토하는 활동을 하면서 드는 의문 중 하나는, 집행부가 무엇을 하는지는 파악되지만, 왜 하는지를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집행부의 권한과 숨겨진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그 이유가 중요하다.

  왜 하는 것이고, 왜 지금이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제 흔한 말이 된 노하우보다 노와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정부의 돈이 만들어지고 쓰여지는 전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란 건 없다고 믿는다. 모두 법과 제도를 지키며 일하도록 규정돼 있고, 모든 과정과 자료가 공개된다. 보이는 손들이 보이게 일을 한다. 다만 우리가 못 볼 뿐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눈 부릅뜨고 들여다보고 통제하라고 시장도 뽑고 의원도 뽑아서 일을 대신시키는게 대의민주주의다.

  예산은 늘 불투명하거나 불합리하게 보일 수 있다. 돈은 늘 한정돼 있고 쓸 곳은 많고 요구사항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예산을 확보해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이상적인 재정의 모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왜 우리만 빼고.. 왜 여기는 안하고.. 등 불만은 나오기 마련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정책이고 예산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예산은 이상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현실의 노력이다.

  이번에는 예산이 처리되는 시간적 흐름을 따라가 보면서, 집행부와 의회가 하는 일도 더 좀 살펴보기로 한다.

  크게 보면 예산은 3년을 주기로 순환한다. 앞서 1년을 단위로 회계연도가 짜인다 했는데 무슨 말인가 하실텐데, 그 1년 단위가 모여 3년이 하나의 기본 세트다.

  2023년도를 기준시점으로 잡고 설명해보자. 2022년도에는 이듬해인 2023년도의 예산을 짠다. 7월경부터 편성을 시작해서, 연말에 의회의 심의·의결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23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이걸 집행한다.

  2023년 상반기 5월경에는 2022년도에 쓴 돈을 정산한다. 세금은 실제로 얼마나 걷혔는지, 외부에서 올 돈은 얼마나 들어왔는지, 세출은 다 썼는지, 덜 썼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른바 집행부가 자체적으로 하는 결산 검사다.

  여기서 한가지 추가한다면, 2022년 회계연도말 즉 정확히 12월 31일까지 돈을 걷고 내주는 일을 마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법에서는 약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1월 20일까지 걷고 받고 즉 출납을 마무리하고 그 뒷정리는 2월 10일까지 끝내라고 정해져 있다. 이를 '출납 폐쇄 기한, 출납사무 완결 기한'이라고 한다. 

  세금도 연말까지 다 걷히지 않고, 돈 계산도 해를 넘길 수도 있으니 이런 여유를 두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다시 결산으로 돌아오면, 이 결산서는 5월말까지 의회에 제출돼 일반에 공개되고 의회에서 심사받고 승인받는다. 이미 다 쓴 돈인데 결산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게 없으면 안되겠구나가 느껴질 것이다.

  결산이 승인되면 2022년도의 예산은 형식상 생을 마감한 것 같지만, 누구 말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결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다시 다음 해인 2024년도 예산 편성과 심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결산의 진짜 의미가 숨겨져 있다. 드러난 문제점은 시정을 요구하고 다음 예산에도 반영시키는 연속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3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2024년도 예산 편성안은 다시 연말, 정확히는 다음 회계연도 시작 40일전, 11월 21일까지 의회로 가져가서 심의받고 의결 받아야한다. 다시 2024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면 이것을 집행한다.

  그리고 상반기에는 2023년도에 쓴 돈을 또 결산한다. 이렇듯 예산은 3년을 주기로 편성-의결-집행-결산-편성-의결로 계속해서 순환한다.

  예산은 태어나서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는 생애를 반복하는 것이다. 결산이 예산으로 재탄생하는 진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산과 예산을 함께 따라가 봐야 예산의 앞뒤 맥락과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흔히 국회에서 행정부에, 지방의회에서 집행부에 자료요구를 할 때 최근 3년간, 최근 5년간 자료를 내놓으라해서 과잉 요구라며 비판받기도 하는데, 사실 그 이면에는 이렇듯 히스토리를 봐야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어려운 말로 시계열적으로 추이를 보고 해석해야 정답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 해동안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고 정식 예산으로 성립되는지 일련의 과정에서 집행부와 의회는 각 시기마다 제 역할에 충실 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각자가 마땅한 역할을 하느냐 못마땅한 역할을 하느냐가 예산이 건강한 생애를 보내느냐를 결정짓는 관건이란 점이다.

  권한을 침해하거나 넘어서는 것도 권한이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것도 문제를 남긴다. 월권도 직무유기도 없이 각자 선을 지키며 좀 더 건강하고 세상에 좀더 기여할 예산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호에서 이어짐>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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