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 연구용역 시급, 방조제 논란도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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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최초 제방으로 알려졌던 벽골제가 방조제 논란과 더불어 최초의 타이틀 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졌다. |
한반도 최초 수리 제방시설이면서 지평선축제가 열리는 배경이기도 한 벽골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수리 제방시설이 아닐 수 있다를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한민족 역사상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한 시는 천하태평이다.
이와 함께 오래전부터 벽골제의 기능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제방이냐? 방조제냐?'의 의혹 해소에도 거북이 걸음을 보여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증을 유발하고 있다.
제방이냐 방조제냐의 문제는 시가 지난 2018년 벽골제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실패시 심사위원들의 주요 등재 거부사유 중 하나로 지적될 만큼 신빙성 있는 의문점으로 알려졌다.
벽골제가 한반도 최초 수리 제방시설이 아니라는 주장은 최근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 문화 발상지'라는 역사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사업 중 농사를 위해 축조된 저수지 '황등제'가 지난 2021년 일부 발굴 조사결과 벽골제(330)보다 600~700년 앞서 축조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는 이와 관련돼 이렇다 할 언급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용역도 발주하지 않고있어 궁금증만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을 비롯해 저명한 학자 및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지식인과 해당 마을주민들이 벽골제가 방조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문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음에도 요지부동 '제방'관련 용역만 발주하고 있어 소극적 업무처리에도 비판의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부결 당시 문화재위원회가 공개한 회의록을 살펴보면 시가 얼마나 시민들의 의견과 그간 진행했던 연구 및 조사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는지 알 수 있다.
회의록에서는 벽골제의 가치도출과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에 대한 조사연구가 미흡하며, 또한 대상유적의 원형, 시기, 변화, 운용체계에 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 근거자료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전문가 사전검토 및 현장조사 결과 벽골제가 '방조제'였는지, '제방'이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조건이다고 강조했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시 곳곳에서도 방조제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김제역 인근 주차장 굴착 공사 중 뻘의 흔적이 발견되는가 하면, 여수해 등 바다와 관련된 지명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점 등 방조제로서의 진실규명에 대한 명문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여기에 얼마전 시의회 김주택의원은 담당부서에 "지질조사 관련예산을 편성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파격적인 편의(?)까지 제안했음에도 시는 무슨 이유인지 이를 콧등으로도 듣지 않는 등 철저하게 무시하며 스스로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비록 최근 수여거에서 일부 저수지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하지만 수여거 이외의 수문과 그 일대에 대한 지질조사를 병행해 바다를 막아 농사를 지었던 사실을 증명해낸다면, 이는 제방의로서의 역할보다 더욱 위대한, 어쩌면 세계 최초의 방조제의 발견이 될 수 있다.
황등제 학술조사에 밀려 넋 놓고 타이틀을 뺏기기 보다는 매년 막대한 세금을 투입시켜 각종 조사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