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훈 취재부장 |
2022년 가을즈음으로 기억된다. 평소 칭찬에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 기자는 낮 간지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래 이게 바로 진짜 소통이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본지에 게재한 바 있다.
기사에는 취임 이후 첫번째로 실시된 시민과의 대화에서 정성주 시장의 파격적인 방식에 놀랐던 감정과 앞으로의 소통하는 행정에 대한 부푼 희망을 담았고, 이에 응답하듯 정성주 시장은 특유의 위트있는 말 솜씨와 친근한 카리스마로 연일 인기몰이의 중심에 서 있었다.
수시로 '시민과의 대화를 명분 삼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이건식 전 시장을 비롯해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의 형식적인 행사진행으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이 꾸준하게 요구됐던 박준배 전 시장의 반면교사 효과 또한 정성주 시장의 아성을 견고히 다지는데 한 몫 했다.
이 외에도 정성주 시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한동안 계속됐다. 모든 시민 대상 10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일각에서는 무리한 재정지출이라는 지적이 빗발치기도 했지만 정 시장은 뚝심있게 강행했고, 잠시나마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우리시에 활력이 돌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적어도 시민사회 최일선에서 행정을 감시하고 있는 기자의 눈에서는 말이다. 취임 이후, 아니 정확하게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서서히 정성주 시장의 성과에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전임 시장 때 보다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퇴보하고 있다"는 정 시장으로선 치욕적인 말까지 들려오는 실정이다.
정 시장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취임 이후 수시로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방문했고, 전북도 내 타 시군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장·군수협의회 활동 또한 열정적으로 임했다.
하지만 취임 2년이 훌쩍 넘은 현재 국가예산 확보에 대한 굵직한 노력의 결실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보여주기식 각종 행사만 수시로 개최하면서 세금을 좀먹는가 하면, 나아가서는 정성주 시장의 시정철학에 역행하고 있는 직원들 단속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여하튼 제가 있는 한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겠습니다"
다시 시간을 2년 전으로 돌려 시민과의 대화 당시 정성주 시장이 우리시 19개 각 읍면동을 돌면서 시민들에게 했던 말이다. 기자 또한 모든 일정을 정 시장과 함께하며 같은 말을 19번 들었다. 모두 들을 때 마다 가슴 속 뜨거운 무엇인가가 벅차 올랐으며, 전임 시장들로부터의 갈증이 한순간 씻겨 내려가는 것 같은 청량감을 느꼈고, 지금은 희망으로 가득찼던 그때의 모든 순간이 그립기만 하다.
정성주 시장이 우리시 19개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빼놓지 않고 다짐했던 '투명한 정보공개'는, 결론적으로 '공수표'로 전락됐다. 시는 수천만원 세금을 들여 재난지원금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행정이 불리한 부분만 슬그머니 삭제한 후 언론에 공개하는가 하면, 최근 부쩍 늘어난 해외출장에 대한 세부일정표 공개 요청에도 무엇이 그렇게 감추고 싶은건지 자료를 받고 싶으면 '별도의 정보공개 청구절차'를 통하라며 으름장이다.
시민들의 피같은 세금이 투입된 해외출장 세부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일 행정의 요구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정작 16일에 걸쳐 준비한 답변이라는게 "행사가 많아서 자료준비를 못 했다"며, 또 다시 자료공개 시점을 20일 뒤로 연장시켜 버렸다.
이 사이 재난지원금 효과분석 때 처럼 정보의 공개에 있어 취급자 임의로 자료를 훼손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을 뿐더러 해외출장 세부일정 등은 정성주 시장이 해외로 나가기 전 미리 작성해 놓는 계획표와 같은 성격으로 지금 이시간에도 자료취급자 컴퓨터에 고이 모셔두고 보관돼 있는 자료이다.
정성주 시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미국·독일·호주·중국·동남아 등 총 6번의 공식 해외출장이 있었으며, 지난 6월부터는 매달 한번씩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해외출장명 또한 민주평통 통일역량강화 워크숍·미국 수출시장 개척 밴치마킹 등을 제외하면 ▲시장군수협의회 선진지견학 ▲한반도 미래비전 리더과정 연수 ▲남북교류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자치단체장 국외연수 등으로 제목만 들어서는 고개가 갸우뚱 거릴만 한 내용들이지만 시가 관련정보를 꽁꽁 감추려 노력하는 통에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졌는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중 순수 우리시 세금은 6천만원 이상 투입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준배 전 시장은 해외출장이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에 묻고 싶다. "혈세가 투입됐으면 돈의 주인인 시민들은 언제든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여졌는가 확인할 권리가 있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 기를 쓰고 자료공개를 꺼려하는가?"
숨길것 많은 정 시장을 향한 우매한 자들의 그릇된 충성심인지, 아니면 정성주 시장까지 한데 뭉쳐 혈세를 '꽁돈' 쯤으로 생각하는지, 이들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에 오늘도 역겨움을 게워낸다.
최근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으며 유행하는 말이 있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